2006년 12월 17일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박찬욱감독, 정지훈,임수정주연)


올 겨울 <복수는 나의 것>,<올드보이>,<친절한 금자씨>로 복수시리즈 3편을 마치고 다음 작품 <박쥐>를 구상중인 박찬욱 감독이 그 징검다리작품으로 정신병원을 다룬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들고 나왔다.
사설감옥, 교도소를 영화의 배경으로 삼아 상까지 탔던 박찬욱 감독이 이번에 선택한 배경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가는 정신병원이다.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 그려진 정신병원은 일반 유료 정신병원의 모습과 흡사하다.
고된 시집살이로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묻다가 사고가 왜곡되어 자신이 쥐라고 믿게된 정신분열병에 걸린 할머니는 하얀 옷을 입은 정신병원 보호사들의 손에 끌려 강제입원을 한다. 무우만 먹는 할머니에게 틀니를 건네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영군(임수정분)은 할머니를 끌고 간 간호사와 보호사들을 죽이고 싶다. 하지만 그네들에게도 할머니가 있을거라는 동정심과 자신이 할머니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의식으로 슬퍼하던 영군은 강한 사이보그가 되고 싶다고 소망한다. 그 소망은 정신분열병으로 발전하고 드디어 자신이 사이보그라고 믿게 된 영군은 먹는 것을 거부하고 충전을 위해 전기코드를 꽂고.. 그렇게 그녀는 자살미수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영군이 들어간 정신병원에는 15살 엄마의 가출이 자신의 탓이라고 믿는, 비행으로 얼룩진 청소년기를 거치고 교도소가 싫어 정신병원을 선택한, 훔치기놀이를 일삼는 일순(정지훈분)이 있다.
정신병원안에서 환자들은 서로를 관찰하고 평가한다. 밥을 거부하고 안정실에 갇힌 영군을 위해 단식투쟁을 벌이는 의리까지 보여준다. 이것저것 참견하기 좋아하는 일순에게 영군은 자신의 동정심을 훔쳐가 줄 것을 부탁하고 동정심이 제거당한 영군은 환상 속에서 정신병원 치료진들에게 복수의 총을 겨눈다.
밥을 거부한 채 건전지만이 자신을 충전시켜준다고 믿는 영군은 강제로 밥을 투여당하고 일순은 이러한 영군을 위해 눈물겨운 밥 먹이기 작전에 돌입한다. 안정실에 갇힌 영군을 위해 요들송을 불러주는 정지훈의 목소리는 매우 달콤하다.
어느 날, 할머니의 유해 한 봉지를 가지고 엄마가 찾아오고 할머니의 유해와 틀니를 땅에 뭍으며 통곡하는 영군. 그리고 회복되는 영군을 보며 영군할머니의 작은 무덤에 15살에 기억이 멈춰버린 엄마의 사진을 뭍어버리는 일순.. 그렇게 15살 엄마의 기억 속에 갇혀 살았던 일순의 상처도 치유되어간다.
영화에서 간간히 등장하는 할머니는 ‘존재의 목적’에 대해 들리지 않는 대사를 여러번 한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존재의 목적’을 찾아 헤메이는 영군의 모습은 어쩌면 수 많은 현대인들이 가끔씩 하늘을 보며 간간히 자신에게 해대는 질문이 아닐까.
가부장적인 결혼제도 속에 뭍혀버린 자아를 찾아 헤메었을 할머니와 틀니라는 물체를 매개로 간간히 할머니와 연계되는 영군, 그리고 계속되는 ‘존재’에의 질문. 엄마의 가출이 자신이 탓이라고 믿는 일순의 죄의식.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이 세 사람을 중심으로 많은 이들이 알게 모르게 겪고 있는 정신적 장애와 그 장애의 치료방법에 대해 접근하는 영화다.
얼핏 가수출신 정지훈의 틴에이저 이미지, 아직 스타대열에 오르지 못한 임수정의 신인이미지. 그리고 복수이미지로 얼룩진 박찬욱 감독의 이미지 때문에 영화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일반인에게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쯤 ‘상처’를 겪어보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그 치유법이 ‘사랑’이라는 걸 보여주는 그리고 그 과정을 ‘정신과’에서 찾는 영화..<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영화 속 심리치료 장면 중 흥겹게 박자를 맞추어 돌아가며 부르는 노래 “내가 해본 이별 중 가장 힘든 이별은...”을 보며 함께 치료받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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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6/12/17 23:33 | 한국영화평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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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감사해요 ^^